[미디어세상=양은미 기자] 시신이 심하게 훼손된 채 발견된 초등생 A군은 숨지기 전날 아버지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 부천 원미경찰서는 20일, A군의 어머니가 "아들이 숨지기 전날 저녁 남편이 안방에서 아들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엎드리게 한 상태에서 발로 머리를 차는 등 2시간여에 걸쳐 폭행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평소 목욕하기 싫어하던 아들을 씻기려고 욕실에 강제로 끌고 들어갔다가 아이가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쳐 의식을 잃고 쓰러진 뒤 한달 후 숨졌다고 진술한 아버지 B씨의 진술이 모두 거짓으로 드러난 순간이었다.

충격적인 범행의 전모가 드러난 다음 날인 21일 오전 현장 검증이 진행됐다. 이들은 비교적 덤덤하게 검증에 참여했으며 당시 상황을 또렷하게 기억해 범행을 재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천 초등생 시신 훼손 사건의 피의자 부부가 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사진=YTN 뉴스 캡처)

▶ 실체를 드러낸 ‘부천 초등생 시신훼손 사건’의 전모

A군의 아버지인 피의자 B씨는 지난 2012년 11월 7일, 부천시 원미구 자신의 집 안방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아들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맞고 쓰러진 아들에 무자비한 발길질이 이어졌고 B씨는 쓰러진 아들을 강제로 엎드리게 한 뒤 발로 머리를 차는 등 2시간 동안 가혹한 구타를 가했다.

끔찍한 폭행이 벌어지던 그 순간에 어머니 C씨도 집에 있었지만 그 모습을 그대로 지켜보는 등 적극적으로 이를 말리지 않은 것은 물론 심지어 쓰러진 아들을 그대로 둔 채로 남편과 소주를 나눠 마시기까지 했다.

이후 다음 날인 8일 오전 C씨는 출근 전 평소와 다름없이 아들이 안방에서 잠들어 있는 모습을 확인했고, 오후 5시에 일어난 아버지 B씨는 컴퓨터 의자 앞에 엎드려 있는 아들의 모습을 발견한다.

B씨는 그 모습을 이상하다고 느껴 의식을 확인하기 위해 아들을 꼬집었고 아들은 가늘게나마 숨을 쉬고 있었다. 곧 이어 5시30분경 어머니 C씨가 아들이 이상하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조퇴하고 집에 돌아와 A군을 살폈을 때는 이미 숨진 뒤였다.

당황한 아버지 B씨는 C씨와 딸을 친정에 보냈고 다음 날 9일, 저녁 C씨는 딸을 친정에 두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고 혼자 소주를 마시고 있는 남편 B씨를 보고 치킨을 시켜 남편과 함께 먹었다.

이어 B씨는 날카로운 흉기로 자신의 아들의 시신을 훼손했고 C씨는 그에 가담했다. 이들은 훼손한 아들의 시신 일부를 집 근처 시민회관 공공 화장실에 유기했고 일부는 집 냉장고 냉동실에 보관하는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다. 또 집안의 냄새를 없애기 위해 청국장을 끓이는 등 범행을 은폐하기도 했다.

(사진 출처=MBN 방송 자료화면 캡처)

▶ 대물림 된 폭력에 한 가정이 무너지다.

이들 부부는 2005년 20대 중반의 나이에 아들을 낳고 혼인신고를 했다. 아버지 B씨는 어린 아들을 대하는 방법을 전혀 알지 못했고 자신도 친 어머니로부터 맞으면서 자라 자신이 자라왔듯 때리는 방법으로 아이를 훈육한 것으로 보인다.

학대의 대물림은 가혹했다. B씨는 반복적인 문제행동을 수정하려 자신의 아들 A군을 상습적으로 폭행했고 반복된 폭행은 결국 엽기적인 범행으로 이어졌다.

경찰 조사 결과 평소에도 아버지 B씨는 아들이 거짓말을 자주 하고 자주 씻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주 폭행했으며 특히 B씨가 주장했던 목욕 중 폭행의 경우도 실제로 2012년 가을 A군을 목욕시키는 과정에서 실신할 정도로 폭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경찰이 21일 공개한 추가 자료에 따르면, 아버지 B씨는 분노충동 조절장애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으며 별다른 직업 없이 아들을 24시간 양육하면서 지속적으로 육아 스트레스에 노출돼 분노조절장애를 겪은 것으로 파악된다.

한편, 어머니 C씨의 경우도 의사소통과 인지적 사고 능력이 미흡한 수준으로 남편에 대한 분리불안 심리가 작용해 시신훼손을 도운 것으로 분석됐다.

▶ 인면수심 아버지, 살일죄 적용 받을 수 있을까?

경찰은 아버지 B씨가 A군을 상당 기간 걸쳐 상습적으로 폭행을 가한 것으로 보고 폭행에 의한 사망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부부에게 살인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A군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머리와 얼굴 등의 손상 흔적은 인위적.반복적 외력에 의한 손상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숨진 최 군 시신의 남은 부분이 너무 적어 사인 추정이 어렵다"며 직접적인 사인을 밝히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경찰 내부에서는 고민이 많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B씨에 살인죄를 적용하려면 그가 아들을 죽이려는 의도를 가지고 폭행해 사망에 이르렀다는 점이 입증돼야 하는데 아무리 폭행을 자백했다 하더라도 폭행 사실에 대한 내용일 뿐 살인을 했다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무자비한 폭행이 이루어진데다 시신 훼손에 이르기까지, 사건의 정황상 살인죄 적용이 가능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찰은 21일 수사를 마무리해 22일 A군 부모를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