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사망한 김 군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구의역을 찾고 있다. (사진=방송 자료화면 캡처)

[미디어세상=양은미 기자] 홀로 고장 난 안전문을 고치다가 목숨을 잃은 김모(19)군의 어머니가 “우리 아이가 잘못한 것은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배운 대로, 시킨 대로 했을 뿐이다. 우리 아이 잘못이 아니라는 걸 밝혀 원한을 풀고 보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31일 구의역에서 열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등 시민단체 합동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 군의 어머니는 “서울메트로 설비 차장이 저희를 찾아와 보고하지 않아서 우리 아이의 과실이라고 말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군의 어머니는 “전철 운항 중에 작업하면 죽는다는 걸 가장 잘 아는 게 정비기술자인데 어느 정신 나간 사람이 키를 훔쳐서 규정을 지키지 않고 그 위험한 작업을 하겠나”면서 “죽은 자가 말이 없다지만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빈소도 마련하지 못했다. 차가운 안치실에 저희 아이가 있다. 제발 아이를 떳떳하게 보낼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김 군의 어머니는 안치실에서 김 군을 만났을 때를 언급하며 “아이를 확인하라고 해서 안치실에 들어갔는데 머리카락이 피로 떡이 져 있고 얼굴이 퉁퉁 부어 있고 뒷머리가 날아간 시체가 누워있었다”고 눈물을 흘렸다.

계속해서 그녀는 “우리 아이를 기르면서 책임감 있고 반듯하라고 가르쳤지만 둘째는 그렇게 가르치지 않을 것”이라며 “책임자 지시를 잘 따르면 개죽음만 남는다. 산산조각난 아이에게 죄를 다 뒤집어 씌웠다”며 울부짖었다.

이어 “안전장치도 하나 없는 환경에서 끼니를 굶어가며 일했다는 것을 얘기했다면 부모로서 당장 그만두라고 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책임감이 있어서 부모가 걱정하고 그만두라고 할까봐, 조금만 더 참으면 공기업 직원이 된다는 희망으로 참았나보다”라며 오열했다.

김 군의 어머니는 “하루종일 굶고 시간에 쫓기며 일했을 뿐이다. 근데 우리 아이가 잘못해서 죽은 거라니 너무 불쌍하고 억울하고 원통하다”면서 제발 억울함을 밝혀달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8일 지하철 안전문수리 하청업체 직원 김 군은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홀로 스크린도어를 고치던 중 전동차에 치여 숨졌다.

당시 그의 가방 안에는 드라이버, 스패너 등 작업공구와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챙겨두었던 컵라면과 쇠수저 등이 섞여있어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