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글로벌기업의 CEO들 중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시아 CEO들의 평균 연령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글로벌 150 기업의CEO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은 워렌 버핏이고 최연소자는 마이클 델로였다. 성공한 기업가 5명을 선정하여 그들을 분석하였다.

분석1/ 자기반성을 하며 여전히 배운다, 워렌 버핏

▲ 웨렌 버핏     © 운영자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렌 버핏은 30년 생으로 80세를 맞고 있다. 버핏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 가치투자자로 불리는데 어려서부터 숫자감각과 사업가 기질이 뛰어났다고 한다. 9살 때부터 주식에 남달리 관심을 보였던 그는 12살 때 오마하 공립도서관에 있던 주식 관련 서적을 모조리 읽으며 투자에 대한기반 지식을 확보했다.

 

버핏은 이후 네브래스카대학의 링컨 경영대을 졸업하고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에 들어갔다. 그는 그곳에서 가치 투자 방식을 개발한 벤저민 그레이엄을 만나게 되면서 버핏은 큰 실수를 피하는 법, 그리고 주식투자를 단순한 숫자 게임이 아니라 일종의 사업으로 봐야 한다는 점등을 배움으로써 투자에 대한 안목을 키울 수 있었다고 한다. 버핏은 65년도에 섬유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를 매입한 이후 67년 소형 보험회사 2개를 추가 매입하면서 해서웨이는 투자지주회사로 변모하게 되고 버핏은 70년에 취임해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버핏은 자신의 성공 비결로 정서적 안정을 들며 "결론을 내린 뒤에는 다른 사람들의 말에 신경을 쓰지 말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의 성공철학 영향 때문인지 버핏이 경영하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낸 수익률은 지난 12개월 간 S&P보다 15%나 높게 나타났다.

버핏은 연말 보고서 작성 시 자신의 잘못된 점과 깨달은 점을 소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에 대해 그는 "사업을 할 때 현명한 결정을 하려면 과거의 잘못된 결정을 깨닫고 그 이유를 알아야 한다. 완전한 사람이란 없다. 내 자신도 많은 실수를 했다. 앞으로도 하게 될 것이다. 자신에게서 완전을 기대하면 무리다"라고 말하고 있다.

현재 그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은 450억 달러 규모라고 추산되며 그는 포브스(Fobes)가 선정한 미국의 최고 부자 명단에 빌 게이츠에 이어 2위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활발한 자선활동으로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버핏은 미국 부자들에게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도록 설득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분석2/ 실패를 도약으로, 마이클 델

▲ 마이클 델     © 운영자

글로벌 150 기업 중 최연소 CEO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마이크 델로는 1965년 생으로 현재 델(Dell)을 운영하고 있다. 마이클 델은 대학교 신입생 시절 자신의 컴퓨터의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부품을 조립해 보며 연구 하던 과정에서 문득 "내가 이렇게 힘든 것을 보면 일반 사용자들은 더 힘들 것이다. 기본적 지식이 없거나PC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PC를 업그레이드해 주자"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한다.

그 길로 델은 학교를 중퇴하고 84년 단돈 1천 달러를 가지고 사업을 시작했다. 델은 중간상을 배격한 직접 판매 모델을 채택해 적용함으로써 델의 회사는 판매 가격과 재고비용에서 경쟁사가 따라오기 힘든 강력한 경쟁우위를 가지게 된다. 마침 인터넷의 등장으로 델의 아이디어와 영업력에 불이 붙으며 인터넷 판매가 이루어진 96년 이후 델의 사업은 연평균 25%의 성장을 통해 세계 PC시장 점유율 1위의 기업으로 도약하는 쾌거를 이루게 된다.

승승장구 하는 델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델은 89년 데스크탑과 워크스테이션의 다양한 장점을 가진 올림픽이라는 신제품을 내놓고 제품 홍보에 큰돈을 들였으나 결과적으로 큰 실패작이 되었다. 기술적인 관점에서 매우 훌륭한 제품이었으나, 고객은 그렇게 성능이 뛰어나고 복잡한 제품을 필요로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을 계기로 델은 비즈니스 전 과정에서 고객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또한 2000년대 중반 무렵부터 시작된 개인 고객의 노트북 구매 확대와 유통 채널 다양화로 소비자가 직접보고 구매하는 문화가 확산되는 것을 간과했던 것으로 시장점유율이 HP에 뒤처지게 됐다. 이에 2004년 CEO에서 잠시 물러났던 델은 이사회의 요청에 의해 2007년 다시 CEO로 복귀하게 되었고 현재까지 델은 시장 점유율 1위의 자리를 놓고 HP와 치열한 격전을 벌이고 있다.

포브스는 미국에서 15번째로 부유한 인물로 선정된 델의 자산을 140억 정도로 추산했다. 델 또한 99년 재단을 설립하고 자선활동도 활발히 벌이고 있다.

분석3/ 다각화 추진으로 세계화를 이끈 베파

프랑스 대표 CEO 베파는 41년 니스에서 태어났다. 이후 파리공과대학에 진학한 그는 대학 교육 시스템 속에 내재된 엄격한 규율과 지리적, 사회적으로 편향되지 않은 분위기에 매력을 느꼈다. 이러한 경험은 결과적으로 CEO로서의 개인적 특성에 강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베파는 최상위급 전문가 양성 과정인 코르 데 민에 진학해 학업을 마친 후, 74년 왕궁의 장식용 거울 제조를 독점하고 있던 베네치아의 유리 제조업자에 대항하기 위해 1665년 루이 14세의 명에 의해 설립된 유서깊은 회사인 생고뱅에 입사하게 된다. 베파는 입사 후 세부적인 중·단기 계획 수립, 타이트한 예산 배정 및 운용, 조직 리스트럭처링 측면에서 탁월한 역량을 보이게 된다.

이러한 능력을 인정받아 베파는 82년 CEO 후계자로 선정되고, 마침내 86년 45세의 젊은 나이에 생고뱅의 CEO로 취임하게 된다.

베파는 제품, 사업 분야, 지역의 세 가지 요소간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다각화를 추진하였고 사업을 전 세계로 확대해 나갔다. 그는 실제로 다수의 매수. 합병을 추진하며 일반적 전략 개념인 선택적 집중전략에 이의를 제기하고 다각화 경영을 하는 기업들이 오히려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베파는 생고뱅을 단순히 프랑스 회사가 아닌 '유럽계 글로벌 회사'라고 정의하면서 글로벌 시장이 '글로벌 통합'과 '로컬 관점의 차별화'라는 두 축에 의해 운영되는 추세라고 인식했고 성공적 글로벌 경영의 핵심을 두 축간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그는 사업을 부문/지역별로 조직을 재정비하고 지역별로 제품 라인을 재구축 하는 한편 해당 지역의 문화를 이해하고 사업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를 통해 그는 경기사이클링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자했다.

2007년에 그가 CEO에서 물러났을 때 생고뱅의 매출 규모는 그의 취임 시에 비해 4배 가까이 커져 있었다. 현재 생고뱅사는 유리, 세라믹, 플라스틱, 철 사업 등 다양한 제품 라인을 전 세계에서 운영하고 있다

분석4/ 사람과 성과를 중시하는 맥너니

▲ 제임스 맥너니     © 운영자

제임스 맥너니는 예일대와 하버드 MBA를 마쳤으며 75년 MBA 졸업 후 P&G에서 아이보리 비누의 브랜드 매니저로 근무했다. 이후 맥킨지에서 컨설턴트로 4년간을 근무하다 82년 GE에 합류하게 된다.

GE에서 18년간 근무하면서 그는 금융, 조명, 항공 엔진 등 다양한 사업 분야뿐만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업을 책임지는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사업가적 역량을 쌓아 나갔다. 특히, 항공엔진분야의 책임자로 근무할 때에는 96년 매출 63억 달러, 이익 12억 달러의 사업을 3년 만에 매출 106억 달러 이익 21억 달러로 급성장시키는 성과를 올렸다. 맥너니는 2000년 잭 웰치의 후임 자리를 놓고 제프리 이멜트와 경쟁을 벌이고 이후 이멜트가 CEO가 되자 3M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맥너니가 2000년 12월 CEO로 부임했을 때만해도 3M은 형편없는 실적과 바닥을 치는 주가로 휘청거리고 있었다. 맥너니는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킬 만한 신상품 개발과 출시를 신속하게 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그는 기술과 시장을 동시에 고려한 기회 탐색, 솔직한 시장 평가 결과 확보, 데이터와 사실에 근거한 프로젝트 승인, 효과가 높은 소수 프로젝트에 집중이라는 4가지 원칙을 설정한 후 이를 강력히 추진하였다. 이후 회사 구성원들에게 사업과 고객의 실정에 맞춰 연구 개발을 추진하고 혁신의 목표 수준을 높이도록 요청했다. 하지만 너무 단기성과 위주의 조치로 3M의 기존 강점인 창의성을 죽인다는 비난의 화살도 받기도 했다.

그런 비난에도 꾸준히 목표를 향해 노력한 결과 그가 CEO로 취임한 2000년 말 167억 달러의 매출 이였던 3M이 그가 3M을 떠난 2005년 말에는 212억 달러로 45억 달러나 증가하게 되었다. 또한 주가도 거의 2배로 뛰는 성과를 보였다.

2005년 7월 맥너니는 자신들의 경쟁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에어버스에게 2004년부터 2년 연속으로 비행기 수주 물량에서 뒤지는 어려움을 겪고 있던 보잉의 CEO로 다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취임한 그는 고객지향 혁신 기업으로 다시 발돋움하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였다. 이에 보잉은 에어버스와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2009년 다시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탈환하는 성과를 보였다.

맥너니는 자신이 CEO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을 '사람과 성과에 대한 관심'이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 그는 "회사의 운영은 사람이 하는 만큼 사람들이 성장을 하면 기업 성장도 따라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면서 인재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사람을 좋아하고 성과를 중시하다 보니 어느덧 CEO의 자리에 앉아 있더라는 것 이라고 했다.

분석5/ 개혁 이끈 소니의 외국인 CEO 스트링거

▲ 스트링거     ©운영자

42년에 웨일즈에서 태어난 스트링거는 역사학을 전공한 CEO 중 하나이다. 이후 옥스포드에서 수학하고 65년 미국으로 이민한 그는 CBS에서 근 30년을 근무하면서 CBS뉴스, CBS브로드캐스트의 사장까지 지낸 이력이 있다.

스트링거는 97년 소니 북미법인의 최고경영자로 영입되면서 소니와 인연을 맺게 된다. 사실 북미법인의 최고경영자는 실권도 크지 않고, 급여 수준도 CBS 시절보다 높지 않았지만 그는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중심으로 새로운 기회가 있다고 판단하고 과감히 변신을 시도했고 2004년 소니의 MGM 인수를 진두지휘했다.

그 결과 스트링거는 2005년 소니 역사상 최초의 외국인 CEO로 선임된다. 사실 일본의 자존심으로 불려온 소니가 외국인 CEO를 선임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2005년 당시 소니는 전자부문의 실적 악화로 경영 상황이 좋지 않았던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충격요법의 일환으로 전자부문에 대해 거의문외한인 스트링거를 선택한 것으로 판단된다.

스트링거는 취임 후 "기존 경영자들이 회사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소니의 개혁 필요성을 피력했다. 그는 수익성이 낮은 15개의 제품 범주를 과감히 잘라 내거나 축소시켰고, 만여 명의 인력을 감축하고, 11개의 공장을 폐쇄하거나 통합하는 등의 파격적인 개혁을 진행했다.

하지만 스트링거 역시 부진한 소니의 부활을 쉽게 이끌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소니는 TV, 카메라와 같은 주력 제품의 경쟁력 약화, 시장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한 히트 상품의 출시 부재, 게다가 엔고라는 암초에 부딪쳐 악화된 기업 상황을 반전시키는 것이 용이치 않았던 것이다. 소니는 2008년 회계연도에서 14년 만에 989억 엔의 적자를 기록했고, 일부 개선이 되었지만 이러한 적자 상황은 2009년도에도 이어졌다. 하지만 소니는 3D TV 모델, 디지털 카메라, 체감형 게임기 등의 수요 강세로 2010년에는 약 700억 엔의 순익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과연 스트링거가 닛산의 카를로스 곤에 이어 성공한 외국인 CEO의 신화를 이을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박영진기자  abc@abckr.net